[여행] 올여름은 남 프랑스에서 낭만의 불시착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에 소개된 프랑스 남부 지방을 살펴보겠습니다.
올여름은 남프랑스로…낭만의 佛시착
셀럽처럼 떠나는 프로방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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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중략)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공항에서 일주일을>에서 이렇게 말했다. 돌이켜보니 꼭 맞는 말이다. 14시간이 넘는 지루한 비행시간과 가끔은 따뜻하다 못해 따갑게 느껴진 햇살마저도 추억이 돼 다시 남프랑스에 돌아가고 싶어졌으니. 남프랑스에서 보낸 1주일,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기며 ‘아비앙토( bientt)’를 되뇌었다. 우리 곧, 또 보자고.
흔히 남프랑스로 통칭하는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는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약 1시간 반이면 닿는다. 프랑스 제3의 도시이자 남프랑스의 중심 마르세유공항은 여름마다 유럽 각국은 물론 세계에서 온 휴양객으로 붐빈다. ‘엑상 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프로방스 중에서도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로 매력을 발산한다. 노란 건물과 푸른 하늘의 대비가 특히 아름다워 쉴 새 없이 카메라를 꺼내 들게 된다.
17~18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들은 엑상 프로방스 인근 채석장인 비베무스의 바위로 지어졌다. 대체로 비슷한 노란빛을 띠는 이유다. 4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과거의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천천히 거닐며 역사와 현대가 만난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여름 남프랑스로 향한다면 수많은 문화예술 축제와 마주할 수 있다. 중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아비뇽은 높은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휩싸인다. 로마 교황청을 남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한 ‘아비뇽 유수’로도 유명하다. 아비뇽 교황청은 건물의 끝과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웅장하다.
올여름은 남프랑스로…낭만의 佛시착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중략)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알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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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반한 빌라 갈리치서 꿀잠…교황이 즐긴 론 와인 느긋하게 한 잔
샤토뇌프 뒤 파프의 와이너리 '메종 부아숑'
佛 3대와인 생산…여러 품종 섞어 풍미 가득
버터 덜어내 담백한 전통 요리와도 찰떡
엑상프로방스 '를레&샤토' 명함 내건 숙소
300개 깐깐한 심사 통과한 '호텔계 미쉐린'
귀족저택 같은 아비뇽 '라 미랑드' 교황청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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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Adagio·매우 느리게), 프랑스의 맛
프로방스의 음식은 버터를 적게 사용해 담백하고,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다. 모든 맛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릴 정도로 비옥한 땅과 바다를 끼고 있어 풍부한 해산물, 올리브와 각종 과일 등 신선한 재료를 바탕으로 한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15분 컷’이 진리인 한국의 식사 예절은 잠시 넣어두자. 프랑스답게 모든 음식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미해야 한다.
와인과 빵은 언제나 옳다
프랑스를 이야기하면서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샤토뇌프 뒤 파프’는 남부 론 지역을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로, 보르도, 부르고뉴와 함께 프랑스 3대 고급 와인으로 꼽힌다. 과거 이곳에서 생산된 와인은 교황의 식탁에 올라 ‘교황의 와인’으로 불린다.
1898년부터 4대째 전통을 지키고 있는 와이너리 ‘메종 부아숑’을 찾았다. 보르도·부르고뉴의 와인이 싱글 품종의 와인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면, 이곳의 와인은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한층 풍부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고 와인을 음미하며 품종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다. 생산하는 와인의 80%가 레드와인이고 화이트와인은 매년 약 3000병만 한정 발매한다. 수출도 하지 않아 오직 이 와이너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와인 워크숍, 와이너리 투어 등을 운영하는데, 와인과 초콜릿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워크숍은 필수 코스다. 오크통에 숙성 중인 와인을 시음하는 ‘배럴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다. 1시간30분 정도 소요되며 가격은 35유로(약 4만9000원)다.
120여 년 전 비누 생산자가 살던 삭막한 공간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로 가득 찬 곳도 있다. ‘라 트리뷔 데 구르망’은 파티시에 이반 바레가 운영하는 페이스트리 전문점 겸 티하우스로, 전시·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밤을 주재료로 한 ‘몽블랑’, 프로방스 지역 디저트 칼리송에서 영감을 얻은 ‘랄필’ 등이 대표 메뉴다.
럭셔리의 정점, 프렌치 감성 스테이
여름 휴가지로 이름난 지방답게 럭셔리 숙소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를레&샤토’ 타이틀을 단 스테이를 눈여겨보자. 호텔에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 300개가 넘는 까다로운 기준과 심사를 통과해야 해 ‘호텔계의 미쉐린’으로 불린다.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빌라 갈리치-를레&샤토’는 17개 객실과 6개 스위트룸을 구비한 5성급 호텔이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여름휴가를 보낸 장소로도 유명하다. 프로방스 지역의 최고급 와인을 보유한 와인셀러와 현지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갖췄다.
아비뇽에는 중세의 매력을 즐기기 좋은 ‘라 미랑드 호텔’이 있다. 를레&샤토 멤버는 아니지만 교황청 동쪽 벽과 가까이 있어 어느 객실에서든 환상적인 성벽을 감상할 수 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꾸며진 객실과 욕실의 카라라 대리석, 벽을 수놓은 각종 예술작품까지 신경 쓴 세심함에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는 느낌이 충만해진다. 미쉐린스타 레스토랑, 애프터눈티룸 등 숙박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예술로 물들다
18세기에 지어진 옛 저택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코몽 아트센터’는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간이다.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소극장을 운영하며, 상설 전시를 비롯해 기획전·콘서트 등 다양한 예술전이 열린다.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경험이 되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레 보드프로방스’의 옛 채석장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공연장 ‘빛의 채석장’이 좋은 예다. 이곳에선 지금 ‘네덜란드 거장들: 베르메르에서 반 고흐까지’와 ‘색채의 건축가, 몬드리안’ 전시가 한창이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울퉁불퉁한 석회석을 비추는 빛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빛의 시리즈’ 전시는 한국에서도 제주와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조지 클루니가 반한 빌라 갈리치서 꿀잠…교황이 즐긴 론 와인 느긋하게 한 잔
아다지오(Adagio·매우 느리게), 프랑스의 맛 프로방스의 음식은 버터를 적게 사용해 담백하고,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맛이다. 모든 맛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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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홀린 佛국민향수 로즈 에 마리우스에 홀릭
로제와인 마신 듯 '상큼한 과일향기'
대통령궁서도 애용하는 베스트셀러
6·7월 프로방스 물들이는 라벤더 절경
공예품 '퓌조'로 향긋한 추억 남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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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라벤더·올리브, 프로방스 향의 모든 것
엑상프로방스의 호텔·상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갈리 플뢰르캥 보나르 대표가 프로방스 지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추억과 이곳의 로제와인에서 영감을 받아 설립한 브랜드 ‘로즈 에 마리우스’의 향이다. 로제와인을 마신 듯 상큼한 과일 향이 특징이다.
프로방스에서 시작된 이 향은 곧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세 가지 프로방스 로제와인을 시음하고 향수 제작에 영감을 준 와인을 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비롯해 향초·향수 제작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맘때 프로방스에는 보랏빛 파도가 넘실거린다. 해가 강하고 연중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띠기 때문에 이곳의 라벤더는 다소 일찍 보랏빛 얼굴을 내민다. 6~7월은 프로방스에서 라벤더를 보기 가장 좋은 때다. 라벤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트루 라벤더’는 800m의 고지대에서만 자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벤더는 ‘라벤딘’으로, 라벤더의 약 80%를 차지한다. 색이 진하고 다량의 오일을 생산할 수 있지만 약효는 따로 없다.
18세기 말 프로방스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퓌조는 리본과 라벤더를 한 땀 한 땀 엮어 꽃의 향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공예품이다. 탈취제로 쓰거나 리넨 등 옷감을 보호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현재 세계에서 딱 두 곳만이 전통 퓌조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프로방스의 ‘아틀리에 퓌조 드 라벙드’다. 퓌조 만들기 수업은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는 65유로(약 9만원)다.
말리지 않은 생 라벤더를 사용해 최대 4년까지 향이 지속된다. 여행의 기억을 오래도록 향으로 남기는 셈이다.
‘살롱 드 프로방스’는 1870~1920년대 기름과 비누를 활발하게 생산하면서 산업도시로 흥했던 곳이다. 2차 산업이 쇠퇴하며 도시의 모습도 많이 변했지만, 1828년 설립돼 5대째 이어져 오는 ‘랑팔 라투르 비누 공장’만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창업주가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장인 정신과 비누 제작 노하우 역시 그대로다. 정사각형의 마르세유 전통 비누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인공 향료나 색소를 사용하지 않아 순하고, 단단한 텍스처로 무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마크롱 홀린 佛국민향수 로즈 에 마리우스에 홀릭
와인·라벤더·올리브, 프로방스 향의 모든 것 엑상프로방스의 호텔·상점을 거닐다 보면 익숙한 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마갈리 플뢰르캥 보나르 대표가 프로방스 지역에서 보낸 유년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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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베네치아, 중세시대 요새…온동네가 박물관이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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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뇌브 레 아비뇽
14세기 교황청이 아비뇽에 머무는 동안 프랑스 추기경이 그 맞은편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아비뇽 인근의 신도시’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교황의 별장으로 쓰인 14개의 궁전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생앙드레 수도원 정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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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쉬르 라 소르그
물레방아 마을, 일 쉬르 라 소르그. 마을 전체가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프랑스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파리 다음가는 규모를 자랑하는 앤티크 상점으로 유명하다. 일요일 오전이면 운하 주변으로 앤티크 시장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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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보드프로방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이곳은 한때 유령마을로 불렸다. 1481년 프랑스 왕국에 병합된 이후 루이 11세의 명령으로 한순간에 파괴됐기 때문. 현재는 역사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을 22개나 보유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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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프로방스
점성가이자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곳. 그의 집은 박물관으로 개조돼 공개됐다. 중세 시대 요새로 사용된 ‘앙페리 성’은 아비뇽의 교황청, 타라스콩 성에 이어 프로방스에서 세 번째로 큰 성이다.
프랑스의 베네치아, 중세시대 요새…온동네가 박물관이자 미술관
빌뇌브 레 아비뇽 14세기 교황청이 아비뇽에 머무는 동안 프랑스 추기경이 그 맞은편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아비뇽 인근의 신도시’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교황의 별장으로 쓰인 14개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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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박소윤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soso@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